
아직도 기억한다. 대학교 시절 신촌에서 처음 가본 TGI 프라이데이스. 흔히말하는 서양 음식을 매우 편하게 가족들과 먹을 수 있는 곳, 90년대 초중반만 하더라도 햄버거가 아닌 가정식 개념의 아메리칸 푸드를 먹을 수 있는 곳은 서울 강남 지역 밖에는 없았다. 그리고 강북으로 퍼진 것은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IMF 직후 경제가 나아지기 시작하면서 급격히 늘어났다.
이런 브랜드를 잘 모르고 영어도 잘 모르던 어린시절에는 아웃백이나 TGI 모두 하얀색에 삘간색 브랜드 컬러를 가지고 있고 인테리어 익스테리어 모두 우드를 사용해서 이게 그거 그게 이건줄 알았다. 그런데 그렇게난 향수 어린 패밀리 레스토랑이 경제적으로 힘들어 졌다고 한다. 그래서 한번 알아보자. 어떤 브랜드이고 왜이렇게 되었을까?
TGI 프라이데이스는 1965년 뉴욕에서 시작된 대표적인 미국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로,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다양한 메뉴와 칵테일을 제공하며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아 왔다. 한국에는 1992년 양재 1호점을 통해 처음 소개되었으며,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와 빕스와 함께 한국 패밀리 레스토랑 시장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TGI 프라이데이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미국 본사는 매출 감소와 매장 축소를 겪으며 위기에 직면했다. 시장조사기업 테크노믹(Technomic)에 따르면, 2023년 미국 내 매출은 7억2,8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5% 감소했으며, 매장 수는 2021년 대비 11% 줄어든 292개로 감소하였다. 이러한 실적 부진으로 인해 TGI 프라이데이스는 2024년 초 36개 매장을 폐쇄하였고, 10월에는 추가로 12개 매장을 닫는 구조조정을 단행하였다. 결국, 2024년 11월 2일 TGI 프라이데이스는 미국 법원에 파산법 11장(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하였다.
2011년 이후 소비자들은 점차 가성비, 편리성, 그리고 건강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소비 패턴을 변화시켰다. 이로 인해 전통적인 패밀리 레스토랑보다 더 빠르고 경제적인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이 인기를 끌었으며, 배달 서비스의 확장은 이러한 변화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소비자들은 고칼로리의 전통적인 메뉴보다는 저칼로리, 유기농, 혹은 비건 옵션을 선호하며, 건강 지향적 소비가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또한,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을 넘어 독특한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며, 소셜 미디어에서 공유 가능한 음식과 분위기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시작했다.
2020년 팬데믹은 이러한 소비 패턴에 더욱 극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외출 제한 조치로 인해 배달과 테이크아웃 서비스가 외식 업계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동시에, 집에서 직접 요리할 수 있는 밀키트와 DIY 음식이 인기를 끌었으며, 이는 외식 대신 가정 내 식사를 선호하는 경향을 강화시켰다. 이와 함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모바일 앱 주문, QR 코드 메뉴, 디지털 마케팅 등이 외식 업계에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브랜드는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소비자들은 대형 체인점보다 지역 경제를 지원하고자 소규모 로컬 식당을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는 TGI 프라이데이스와 같은 전통적인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에 큰 도전 과제를 안겼다. TGI 프라이데이스는 여전히 고칼로리 중심의 전통적 메뉴를 유지하며 건강 지향적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했고, 이는 젊은 소비자층과의 단절로 이어졌다. 디지털 전환에서도 뒤처지며 팬데믹 이후 급속히 변화한 외식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였다. 배달 서비스와 모바일 주문 시스템 도입은 이루어졌으나 경쟁사에 비해 늦고 효과적이지 못했다. 브랜드 이미지와 소비자 경험도 노후화되어, 기존의 클래식한 분위기가 과거에는 강점이었지만 현재는 혁신 부족으로 인식되며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이지 못하게 되었다. 또한 팬데믹으로 인한 매장 유지 비용 증가와 매출 감소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일부 매장의 폐쇄와 경영 효율화 노력이 불가피했다.
챕터 11 파산 신청은 기업이 영업을 계속하면서 채무를 재조정하는 절차로,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회복을 시도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다. 이는 TGI 프라이데이스가 경영 효율화를 통해 사업을 재정비하고, 회생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는 또한 브랜드의 재정적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며, 경쟁 심화와 소비 트렌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로 볼 수 있다.
TGI 프라이데이스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저칼로리, 비건, 유기농 옵션을 포함한 건강 지향적 메뉴 개발이 필요하며, 소셜 미디어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비주얼 중심의 메뉴와 경험을 강화해야 한다. 배달 서비스와 밀키트 상품을 최적화하여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메뉴와 이벤트를 통해 로컬 소비자와의 유대감을 높여야 한다.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여 앱 기반의 주문 시스템, 고객 데이터 분석, 개인 맞춤형 마케팅 등을 통해 소비자 경험을 최적화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즉 2011년 이후 소비자 패턴의 변화와 2020년 팬데믹 이후 외식 환경의 변화는 TGI 프라이데이스의 기존 운영 모델에 한계를 드러냈다. 브랜드는 더 이상 전통적인 방식에 의존할 수 없으며, 소비자 트렌드에 부합하는 새로운 전략과 현대적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해야 한다. 혁신 없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어렵고, 이는 외식 업계 전반이 직면한 시대적 과제이기도 하다. TGI 프라이데이스는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고,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는 혁신적인 해결책을 통해 브랜드를 재구축해야만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글로벌 본사의 위기는 한국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서 TGI 프라이데이스는 MFG코리아가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운영하고 있으나, 본사의 재정적 어려움과 구조조정은 브랜드 이미지와 운영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팬데믹 이후 외식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로 패밀리 레스토랑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소비자들은 패밀리 레스토랑보다는 배달, 밀키트, 혹은 보다 캐주얼하고 경제적인 외식 옵션을 선호하고 있다. 이에 따라 TGI 프라이데이스는 배달 서비스 강화, 밀키트 제품 출시 등 트렌드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시장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추가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TGI 프라이데이스의 챕터 11 파산 신청은 단순한 재정적 위기를 넘어 글로벌 외식 브랜드의 생존 전략이 변화해야 함을 상징한다. 이는 기존 패밀리 레스토랑 모델이 현대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이다. 특히, 경쟁이 치열해진 외식 산업에서 브랜드는 빠른 적응력과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TGI 프라이데이스의 사례는 전통적인 외식 산업의 한계와 함께, 혁신 없이는 생존이 어려운 시대적 과제를 명확히 보여준다. 따라서 TGI 프라이데이스는 지속 가능한 회생을 위해 더욱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하며, 본사의 구조조정은 한국 시장에서도 긴밀히 모니터링되고 대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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