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전통 무예이자 문화 콘텐츠로, 전 세계적으로 210개국 이상에 보급되어 있는 글로벌 스포츠이다. 태권도는 스포츠, 교육, 문화산업 등 다방면에 걸쳐 활용되며 국가의 위상 제고에 기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적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체계적인 전략 부재와 경영 마인드 부족으로 인해 성장이 정체된 측면이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태권도 산업을 지속 가능하게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술적인 수련과 전수만이 아닌, 경영, 마케팅, 경제학 이론에 대한 이해와 활용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경영은 예술이 아니라 과학이다’라는 말이 있듯, 감각에만 의존한 운영은 현대 산업사회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다. 특히 태권도장은 소상공인 자영업의 성격을 띠며, 점차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는 현실에서 체계적인 전략 수립 없이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태권도 산업의 현황을 진단하고, 경영학, 마케팅학, 경제학 이론을 적용하여 산업 활성화의 구체적인 배경과 필요성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태권도는 1955년 '태권도'라는 명칭이 공식적으로 제정된 이후, 1973년 세계태권도연맹(WT) 설립, 1988년 서울올림픽 시범종목 채택,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글로벌 스포츠로 도약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태권도는 단순한 무술을 넘어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러나 국내 태권도 산업은 이러한 국제적 위상과 달리 내부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령 인구 감소로 인한 수련생 감소, 지도자들의 수익 감소, 비전 부족 등으로 인해 태권도장 운영자들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코로나19 팬데믹은 오프라인 중심의 도장 운영을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았다.
한국은행과 문화체육관광부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태권도 관련 산업의 연간 시장 규모는 약 1조 원 내외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는 교육비 중심의 매출에 한정되어 있으며, 용품, 콘텐츠, 이벤트, 글로벌 진출 등 부가가치 산업의 발달은 매우 미비하다. 결국 태권도 산업은 거대한 문화자산임에도 불구하고, '산업화'의 관점에서는 효율성과 전략성이 부족한 실정이다.
왜 경영학 이론이 필요한가?
“관리되지 않는 것은 개선될 수 없다(What gets measured gets managed)”라는 경영 격언이 있다. 태권도 산업은 정서적 가치를 중요시하나, 실제로는 수익 구조, 인력 운영, 고객 유지 등 철저한 경영 논리에 따라 운영되어야 한다.
태권도장은 대부분 관장 개인의 직관과 경험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이는 장기적인 브랜드 전략이나 차별화 전략 없이 가격 경쟁에만 몰두하게 만드는 문제를 초래한다. 포터(Michael Porter)의 경쟁 전략 이론에 따르면, 차별화(Differentiation), 원가 우위(Cost Leadership), 집중화(Focus)의 세 가지 전략 중 하나를 선택하여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도장은 이 셋 모두를 추구하거나 포기함으로써 전략적 모순에 빠지고 있다.
태권도장은 관장 1인의 리더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구성원 간 협업과 조직 문화 형성을 방해하고, 조직 몰입도와 직무 만족도를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 허시와 블랜차드(Hersey & Blanchard)의 상황적 리더십 이론에 따르면, 구성원의 성숙도에 따라 리더십 스타일을 조정해야 하나, 태권도 산업에서는 이론적 기반 없이 감정적 대응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태권도장은 매출과 지출의 흐름을 명확히 관리하지 않아 손익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 이는 지속 가능한 경영 판단을 어렵게 만들며, 외부 투자 유치나 확장 계획을 수립하는 데 장애가 된다. 경영학의 재무관리 이론에서는 손익분기점 분석(BEP), 현금흐름표 관리, 투자수익률 분석 등 기본적인 재무 전략이 필수이나, 실제 도장에서 이를 실행하는 사례는 드물다.
왜 마케팅 이론이 필요한가?
“광고를 중단하는 것은 돈을 아끼기 위해 시계를 멈추는 것과 같다”라는 헨리 포드의 말처럼, 마케팅은 생존의 문제이다. 태권도 산업이 진정한 산업으로서 기능하려면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명확한 시장 전략이 필요하다.
현대 마케팅은 STP(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 전략이 핵심이다. 태권도는 전통적으로 유소년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최근에는 성인 피트니스, 시니어 헬스케어, 해외 온라인 교육 등 새로운 세그먼트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추어 세분화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브랜드는 신뢰와 가치를 상징하는 자산이다. 태권도장은 각자의 브랜드를 형성하고 고객의 감성에 호소해야 한다. '아이에게 예절을 가르치는 도장', '전문 체력단련 중심 도장', '글로벌 인증 프로그램 보유 도장' 등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해야 한다. 코틀러(Kotler)의 마케팅 이론에 따르면, 브랜드 자산은 장기적으로 소비자 충성도와 직접 연결되며, 이는 수익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보장한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태권도 산업은 영상 콘텐츠, 온라인 수업, SNS 홍보 등 디지털 마케팅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ATA Taekwondo’는 유튜브 채널, 온라인 수업 플랫폼, 디지털 훈련 인증 시스템을 통해 글로벌 수련생 확보에 성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메타버스 기반 수련 시스템, AI 심사 시스템 등이 시도되고 있으나, 이는 단기적 이벤트로 그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왜 경제학 이론이 필요한가?
경제학은 자원의 희소성과 선택의 문제를 다루며, 산업 성장의 방향성을 설계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이다. 태권도 산업 또한 소비자 선택, 수요와 공급, 가격 결정, 시장 실패 등의 논리로 설명될 수 있다.
태권도 산업은 지역 단위에서의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은 도장이 과밀하고, 일부 농촌 지역은 수요가 있음에도 공급이 부족하다. 이는 시장 메커니즘의 왜곡이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경제학적 분석과 데이터 기반 정책이 요구된다.
태권도는 단순한 개인 스포츠를 넘어 공공적 가치(예: 청소년 인성교육, 건강증진)를 제공한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요구되는 ‘긍정적 외부효과(Positive Externality)’를 창출하는 산업이다. 경제학자 사무엘슨은 공공재에 대한 정부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하였으며, 이는 태권도 산업에도 적용된다. 실제로 교육부와 문체부는 태권도를 방과 후 교육, 학교체육, 군사훈련 등에 활용하며 정책적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태권도 산업은 단독형 비즈니스에서 벗어나, 도장-용품-콘텐츠-교육기관-해외진출이 연계되는 산업 클러스터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마이클 포터의 ‘산업 클러스터 이론’에 따르면, 지역 내 유관 기업의 집적은 혁신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 예를 들어 전라북도 무주 태권도원은 교육, 수련, 관광, 연구가 결합된 복합 단지로 클러스터 모델을 실현하고 있으며, 이는 산업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배우지 않으면 생각할 수 없고, 생각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다.”는 공자의 말처럼, 태권도 산업의 미래는 경영, 마케팅, 경제학이라는 ‘생각의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단순한 무도 수련 공간에서 벗어나, 산업적 가치와 공공적 가치를 동시에 실현하는 미래형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이론과 실천의 결합이 필수이다.
태권도는 전통과 자긍심을 바탕으로 세계로 뻗어갈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경영 전략, 마케팅 기법, 경제 논리에 대한 철저한 학습과 적용이 필요하다. ‘사람은 배를 만들기 전에 바다를 그리게 하라’는 생텍쥐페리의 말처럼, 이제 태권도인들은 기술을 가르치기 전에 산업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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