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스포츠는 단순한 신체 활동이나 여가 선용의 차원을 넘어,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회 통합에 기여하는 핵심적인 사회적 자본으로 인식된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주 5일 근무제의 정착, 소득 수준의 향상,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건강과 웰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고, 이는 생활체육 참여 인구의 급증과 스포츠 트렌드의 급격한 변화로 이어졌다. 과거 엘리트 체육 육성을 통해 국위선양을 도모하던 국가 중심의 스포츠 정책은 이제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든 스포츠를 즐길 권리를 보장하는 '스포츠 복지'의 개념으로 그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는 스포츠 행정의 역할과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한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던 전통적인 통치(Government) 방식은 복잡다단한 현대 스포츠 환경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에 한계가 있다. 이에 정부, 시장(기업), 시민사회가 수평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협력하며 공동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거버넌스(Governance)'가 새로운 행정의 원리로서 주목받고 있다. 스포츠 거버넌스는 의사결정의 민주성, 운영의 투명성, 참여의 자율성을 통해 스포츠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을 도모하는 핵심 기제이다.
나아가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강조되는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가치는 스포츠 분야에도 중요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친환경적인 대회 운영, 스포츠를 통한 사회적 책임 실현, 그리고 투명하고 윤리적인 조직 운영은 이제 스포츠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핵심적인 잣대가 되었다. 특히 거버넌스(G)는 환경(E) 및 사회(S)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자 토대로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본고는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먼저 행정과 스포츠 행정의 기본적인 개념과 기능을 살펴본다. 이어서 2000년대 이후 팬데믹을 거치며 나타난 국내 생활체육의 트렌드 변화와 그 특징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전통적 행정과 거버넌스의 차이점을 명확히 한다. 나아가 스포츠 거버넌스의 구체적인 특징과 기능을 탐색하고, 이것이 ESG 가치와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논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거버넌스의 원리가 한국 전문체육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발전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스포츠 행정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미래 비전을 모색하고자 한다.
I. 행정의 이론적 기초
1. 행정의 개념과 정의
행정(Public Administration)이란 일반적으로 '공공 목표의 달성을 위한 정부의 제반 활동'으로 정의된다. 이는 국가의 통치권 작용 중 입법과 사법을 제외한 영역으로, 정부가 수립한 법률과 정책을 구체적으로 집행하고 공공 서비스를 사회 구성원에게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일련의 과정과 노력을 포함한다. 즉, 행정은 추상적인 국가의 의지를 현실 세계에 구현하는 동태적인 관리 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행정의 본질은 공공성, 공익성, 그리고 봉사성에 있다. 사적인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 경영과 달리, 행정은 사회 전체의 이익, 즉 공익(Public Interest)의 실현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 이를 위해 정부는 법에 근거하여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며,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이고 공평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진다.
2. 행정 개념의 확장: 거버넌스로의 전환
전통적으로 행정은 정부를 유일한 주체로 상정하는 폐쇄적인 모델에 가까웠다. '정부(Government)'는 계층제적 관료 조직을 기반으로 법과 명령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하향식(Top-down) 통치 방식을 의미했다. 그러나 사회가 다원화되고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복잡해지면서, 정부의 힘만으로는 효율적인 국정 운영이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거버넌스(Governance)'라는 개념이다. 거버넌스는 정부, 시장, 그리고 시민사회가 국정 운영의 동등한 파트너로서 상호 신뢰와 협력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사회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해 나가는 새로운 국정 관리 방식을 의미한다. 이는 권력의 소재가 정부에서 사회의 다양한 행위자들에게로 이동하는 '중심의 이동'을 함의한다. 즉, 현대 행정은 정부 중심의 일방적 통치에서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와 협력을 강조하는 협치(協治)의 개념으로 그 외연이 확장되고 있다.
II. 스포츠 행정의 역할과 실제
1. 스포츠 행정의 정의와 목표
스포츠 행정은 앞서 논의한 행정의 원리와 기능을 스포츠라는 특정 영역에 적용한 것이다. 즉, 국민의 스포츠 활동을 진흥하고 스포츠의 가치를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켜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 발전에 기여하려는 국가 및 공공단체의 체계적인 노력을 의미한다.
스포츠 행정의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스포츠를 향유할 권리, 즉 '스포츠권'을 보장하는 데 있다. 이를 통해 첫째,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고 질병을 예방하여 사회적 의료 비용을 절감하는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둘째, 스포츠 활동 참여를 통해 건전한 여가 문화를 형성하고 개인의 자아실현을 돕는다. 셋째, 스포츠라는 매개를 통해 계층, 세대, 지역 간의 소통과 화합을 촉진하여 사회 통합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 스포츠 행정의 주요 역할과 기능
스포츠 행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역할과 기능은 다음과 같이 다각적으로 전개된다.
첫째, 정책 수립 및 집행 기능이다. 이는 국민체육진흥 5개년 종합계획과 같은 중장기적인 비전을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과제를 발굴하며, 관련 법규와 제도를 정비하는 활동을 포함한다. 정책의 효과적인 집행을 위해 재원을 확보하고 사업의 성과를 평가하는 것 역시 중요한 역할이다.
둘째, 스포츠 시설의 확충 및 관리 기능이다. 국민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에 스포츠 행정은 국민체육센터, 공공 운동장, 트레일 코스 등 다양한 공공 체육시설을 균형적으로 확충하고, 기존 시설의 개방 시간을 확대하거나 프로그램을 활성화하여 이용률을 높이는 역할을 수행한다.
셋째, 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 기능이다. 유아, 청소년, 성인, 노인 등 생애주기별 특성과 장애인, 저소득층 등 계층별 요구에 맞는 맞춤형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한다. 이는 스포츠 참여의 문턱을 낮추고 흥미를 유발하여 지속적인 활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중요한 기능이다.
넷째, 재정 지원 및 인력 양성 기능이다. 지역의 스포츠클럽이나 동호회 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운영비를 지원하고, 전문성을 갖춘 스포츠 지도자를 양성하여 현장에 배치한다. 지도자에게는 주기적인 보수 교육을 제공하여 역량을 강화하도록 돕는다.
다섯째, 커뮤니티 활성화 지원 기능이다. 최근 러닝 크루와 같이 자생적으로 형성되는 스포츠 커뮤니티는 생활체육 참여의 중요한 동력이 된다. 스포츠 행정은 이러한 공동체 활동을 지원하고, SNS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여 정보 교류와 소통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여섯째, 국제 교류 및 대회 유치 기능이다. 올림픽, 월드컵과 같은 국제 스포츠 대회를 성공적으로 유치하고 개최하는 것은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국민적 자긍심을 고취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국제 스포츠 기구와의 교류를 통해 선진 스포츠 시스템을 도입하고 국내 스포츠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III. 2000년대 이후 한국 스포츠 행정의 환경 변화와 특징
1. 패러다임의 전환: 엘리트 체육에서 생활체육으로
2000년대 이전 한국의 스포츠 정책은 국제대회에서의 우수한 성적을 통한 국위선양을 목표로 하는 엘리트 체육 육성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스포츠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변화하고, 주 5일 근무제 정착과 소득 수준 향상으로 삶의 질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정책의 무게중심은 '보는 스포츠'에서 '하는 스포츠'로, 즉 엘리트 체육에서 생활체육 중심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는 모든 국민의 '스포츠권'을 보장하는 스포츠 복지 이념이 행정의 중심 가치로 자리 잡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2. 코로나19 팬데믹과 생활체육 트렌드의 급변
이러한 생활체육으로의 전환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더욱 가속화되었고, 동시에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감염병 위기는 건강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켰으며, 실내 활동이 제약되면서 안전한 야외 스포츠나 개인화된 운동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 2020-2021년: 골프의 대유행 팬데믹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타인과의 접촉이 적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용이한 야외 스포츠인 골프가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고비용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했던 과거와 달리, 2030 젊은 층이 대거 유입되는 새로운 특징을 보였다. 이는 스크린 골프의 확산으로 시공간적 제약 없이 저렴하게 골프를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접근성이 크게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골프웨어 시장의 성장과 SNS를 통한 과시 문화 역시 이러한 트렌드를 부추겼다.
2) 2022-2023년: 테니스의 부상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골프의 뒤를 이어 테니스가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했다. 2021년 50만 명 수준이었던 국내 테니스 인구는 2022년 60만 명으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러한 인기의 배경에는 실내 테니스 연습장의 폭발적인 증가가 있었다. 코로나 이전 100여 개에 불과했던 실내 테니스장은 전국적으로 700개 이상으로 늘어나 날씨와 관계없이 테니스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여기에 패셔너블한 테니스복을 입고 코트에서 사진을 찍는 '인증샷' 문화가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유행에 불을 지폈다.
3) 2024년 현재: 러닝의 대중화 엔데믹 시대로 접어든 2024년 현재, 가장 각광받는 생활체육 활동은 단연 러닝이다. 러닝은 고가의 장비나 특정 시설 없이 운동화 한 켤레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시작할 수 있다는 압도적인 접근성과 경제성을 자랑한다. 코로나19를 거치며 한층 높아진 건강에 대한 관심은 러닝 인구의 저변을 넓혔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러닝 크루'로 대표되는 커뮤니티 문화의 활성화이다. SNS를 통해 함께 달릴 동료를 쉽게 찾고 러닝 기록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혼자 하는 운동이라는 인식을 넘어 함께 즐기는 사교 활동으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러닝 앱이나 스마트워치를 통해 자신의 운동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테크놀로지와의 결합' 역시 러닝의 대중화를 이끄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러한 트렌드의 변화는 스포츠 행정이 공급자 중심의 획일적인 정책에서 벗어나, 변화하는 수요자의 요구를 민감하게 파악하고 유연하게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IV. 전통적 행정과 거버넌스의 비교
앞서 살펴본 스포츠 환경의 변화는 전통적인 행정 방식의 한계를 드러내고 거버넌스 패러다임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두 개념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핵심 주체의 차이다. 전통적 행정에서 문제 해결의 주체는 오직 정부뿐이었다. 반면 거버넌스는 정부, 시장(기업), 시민사회(비영리단체, 시민 등)를 모두 국정 운영의 중요한 파트너로 인정한다.
둘째, 작동 원리의 차이다. 전통적 행정이 관료제의 계층적 구조 속에서 상부의 명령과 통제에 의해 작동했다면, 거버넌스는 다양한 주체들 간의 자발적인 협력과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수평적 네트워크를 통해 작동한다.
셋째, 권력 관계의 차이다. 전통적 행정은 정부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수직적이고 하향적인(Top-down) 권력 관계를 전제한다. 그러나 거버넌스는 모든 참여 주체가 대등한 위치에서 논의하고 결정하는 수평적 파트너십을 지향한다.
넷째, 문제 해결 방식의 차이다. 전통적 행정은 정부가 직접 예산을 투입하고 사업을 수행하여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거버넌스는 정부가 직접 해결사로 나서는 대신, 다양한 주체들이 각자의 전문성과 자원을 동원하여 함께 문제를 해결하도록 조정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다섯째, 정책 결정 과정의 차이다. 전통적 행정의 정책 결정은 소수의 관료와 전문가들에 의해 폐쇄적으로 이루어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거버넌스는 정책 결정 과정에 이해관계자와 일반 시민의 참여를 보장하고, 공개적인 토론과 숙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형성해 나가는 개방적이고 참여적인 방식을 중시한다.
V. 스포츠 거버넌스의 이해
1. 스포츠 거버넌스의 개념과 특징
스포츠 거버넌스란 이러한 거버넌스의 원리가 스포츠 영역에서 구현된 것이다. 즉, 스포츠와 관련된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에 정부는 물론, 대한체육회와 같은 스포츠 단체, 프로 구단과 같은 기업, 그리고 선수, 동호인, 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여 민주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협력적 통치 체계를 의미한다.
스포츠 거버넌스는 다음과 같은 핵심적인 특징을 가진다.
첫째, 참여와 협력이다. 다양한 배경과 전문성을 가진 주체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함께 참여함으로써 정책의 현실 적합성과 실행 가능성을 높인다. 이는 정부의 제한된 정보와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기여한다.
둘째, 투명성과 책임성이다.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과 결과, 특히 예산 집행 내역 등을 대중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또한, 정책 결정과 집행의 결과에 대해 특정 주체가 아닌 참여한 모두가 공동으로 책임지는 '공동 책임성'을 강조한다.
셋째, 자율성과 분권이다. 중앙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통제를 지양하고, 각급 스포츠 단체나 지역 커뮤니티가 현장의 특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권한과 책임을 위임하는 것을 지향한다.
2. 스포츠 거버넌스의 순기능
이러한 특징을 바탕으로 하는 스포츠 거버넌스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순기능을 수행한다.
첫째, 민주적 의사결정을 통한 정당성 확보이다. 선수, 지도자, 팬 등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직접 반영됨으로써, 정책의 수용성과 정당성이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이는 정책 집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저항과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를 가진다.
둘째,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다. 민간 부문의 창의적 아이디어나 기업의 재정적, 인적 자원을 공공 부문에 효과적으로 결합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한정된 사회적 자원을 가장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정책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셋째, 갈등의 조정과 사회적 합의 형성이다. 스포츠계에는 선수와 구단, 아마추어와 프로, 중앙과 지방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스포츠 거버넌스는 이러한 이해 당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이견을 조율하고,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아가는 사회적 통합의 기제로서 기능한다.
VI. 거버넌스와 스포츠 ESG
1. 스포츠 분야에서의 ESG 가치
최근 기업 경영의 화두를 넘어 사회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핵심 원리로 부상한 ESG는 스포츠 분야에도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 환경(Environmental): 스포츠는 경기장 건설 및 운영, 대규모 대회 개최 과정에서 상당한 탄소 배출과 폐기물을 발생시킨다. 이에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는 경기장을 짓거나,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 정책을 도입하는 등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 사회(Social): 스포츠는 인종, 성별, 장애, 계층을 넘어 모두를 포용하는 강력한 사회 통합의 도구이다. 스포츠 행정은 소외계층을 위한 스포츠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선수와 관중의 인권을 보호하며, 공정한 경쟁 문화를 조성하고,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 거버넌스(Governance): 이는 스포츠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와 운영 방식에 관한 것이다. 조직의 리더십이 투명하고 윤리적으로 운영되며, 재정 집행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모든 구성원의 목소리가 공정하게 반영되는 민주적 지배구조를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2. ESG의 핵심 기반으로서의 거버넌스(G)
ESG의 세 요소 중 가장 근간이 되는 것은 단연 거버넌스(G)이다.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가 투명하고 민주적이지 않다면, 친환경 정책(E)이나 사회 책임 활동(S)은 지속성을 갖기 어렵고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건강한 거버넌스는 조직에 대한 내외부의 신뢰를 구축하는 토대이며, 이 신뢰를 바탕으로 비로소 환경 및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실질적인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스포츠 분야에서 ESG 가치를 실현한다는 것은 곧 스포츠 거버넌스를 바로 세우는 것과 동의어이다. 투명하고 참여적인 거버넌스(G)가 구축될 때, 조직은 비로소 환경(E)과 사회(S)에 대한 책임을 효과적으로 이행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VII. 스포츠 거버넌스와 한국 전문체육의 발전 방향
1. 한국 전문체육 거버넌스의 현주소와 과제
한국의 전문체육은 높은 상업성과 국민적 관심 속에서 성장해왔지만, 그 이면에는 거버넌스의 부재로 인한 여러 문제점을 노출해왔다. 구단, 협회, 리그, 선수, 팬 등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시스템이 미흡했으며, 이는 전문체육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재 한국 전문체육이 당면한 거버넌스의 도전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의사결정 구조의 폐쇄성이다. 일부 경기 종목의 협회나 연맹에서 회장이나 소수 임원이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권위주의적 문화가 잔존하고 있다. 이는 국가대표 선발이나 리그 운영 등에서 공정성 시비를 낳고, 조직 전체의 발전을 가로막는 원인이 된다.
둘째, 재정 운영의 불투명성이다. 정부 지원금이나 기업 후원금 등 막대한 자금이 유입됨에도 불구하고, 일부 단체에서는 예산의 편성 및 집행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횡령이나 유용과 같은 비리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이는 조직에 대한 팬과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다.
셋째, 선수 권익 보호의 미흡이다. 선수 선발, 계약, 훈련, 징계 등 전 과정에서 선수를 동등한 파트너가 아닌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하다. 이로 인해 불공정한 계약이나 폭력, 인권 침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선수가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2. 거버넌스 강화를 통한 전문체육 발전 방향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한국 전문체육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스포츠 거버넌스의 원리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고 강화해야 한다.
첫째,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가 시급하다. 모든 경기단체의 예산, 결산, 회의록과 같은 핵심 정보를 의무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스템을 법제화해야 한다. 또한, 의사결정 과정과 재정 집행에 대한 외부 회계감사 및 경영 평가를 정기적으로 실시하여 조직 운영의 책임성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참여의 확대를 통해 의사결정의 민주성을 높여야 한다. 연맹이나 구단의 이사회와 같은 핵심 의사결정 기구에 선수, 지도자, 심판, 팬 대표 등이 일정 비율 이상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또한 선수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독립적인 선수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하여, 선수들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에 실질적으로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셋째, 공정성 확보 및 인권 보호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선수 선발이나 징계에 관한 명확하고 객관적인 규정을 마련하고, 이해관계로부터 독립된 기구가 이를 공정하게 심의하고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모든 선수와 지도자를 대상으로 스포츠 인권 교육을 의무화하고, 폭력이나 인권 침해 발생 시 피해자가 안심하고 신고하며 신속하게 구제받을 수 있는 절차를 확립해야 한다.
지금까지 행정 및 스포츠 행정의 기본 개념에서 출발하여, 2000년대 이후 한국 스포츠 환경의 변화, 거버넌스와 ESG의 중요성, 그리고 이를 통한 전문체육의 발전 방향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논의를 전개했다.
논의를 통해 우리는 스포츠 행정의 패러다임이 정부 주도의 일방적 통치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와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거버넌스로 전환되어야 할 필연성을 확인했다. 특히 골프, 테니스, 러닝으로 이어지는 생활체육 트렌드의 급격한 변화는 획일적인 정책 공급이 아닌, 시장과 시민사회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연한 거버넌스의 필요성을 웅변하고 있다.
또한, 스포츠 거버넌스의 확립은 단순히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스포츠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고 ESG 가치를 실현함으로써 스포츠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한 핵심적인 전제 조건임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생활체육뿐만 아니라 고질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던 전문체육 분야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과제이다.
결국, 건강한 스포츠 거버넌스의 구축은 한국 스포츠가 당면한 여러 과제를 해결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며, 모든 국민이 스포츠를 통해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 '스포츠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가장 확실한 길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 스포츠 단체, 시장, 그리고 시민사회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책임 있는 주체로서 소통하고 협력하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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