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어깨 위에서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기존의 지식, 사상, 또는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통찰력과 시야를 얻어 질문을 던지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는 아이작 뉴턴의 유명한 말에서 유래했으며, 역사적 거인들의 지식과 통찰을 빌려 자신의 지평을 넓히고, 더 깊이 있고 현명한 질문을 던지는 것을 말다.
학문적 대화의 첫걸음, 문헌 연구
모든 위대한 연구는 독창적인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지만, 그 아이디어는 결코 진공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그것은 수많은 선행 연구자들이 쌓아 올린 지식의 탑 위에서, 그들이 남긴 질문의 메아리 속에서 싹튼다. 우리가 2주차의 여정을 '문헌 연구와 연구 문제 설정'으로 시작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연구란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창조하는 '발명'이 아니라, 기존의 지식 지도를 꼼꼼히 읽어내고 아직 탐험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을 찾아 나서는 '발견'의 과정에 가깝다. 선행 연구를 검토하는 것은 이 위대한 발견의 여정을 떠나기 전, 우리가 가진 가장 정밀한 지도이자 나침반이다.
문헌 연구는 단순히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요약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시공을 초월해 먼저 길을 떠났던 연구자들과 나누는 지적인 대화이다. 이 대화를 통해 우리는 이미 세상에 나온 질문에 또다시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다른 연구자들이 구축한 이론적 틀과 개념들을 학습함으로써 우리 자신의 연구를 더욱 견고한 지반 위에 세울 수 있다. 그들이 어떤 방법론적 도구(설문, 인터뷰, 실험 등)를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했는지 엿보는 과정은, 우리가 앞으로 사용하게 될 도구의 장단점을 미리 가늠해 보는 귀중한 훈련이 된다.
하지만 문헌 연구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바로 연구의 '틈(Gap)'을 발견하는 데 있다. 지도 위에 명확히 표시된 길과 목적지만큼이나, 아직 아무도 그리지 않은 공백과 물음표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존 연구들이 미처 다루지 못한 부분은 무엇인가?", "특정 현상의 '왜'라는 질문에 아직 충분히 답하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 이 날카로운 질문들이 가리키는 지식의 공백, 즉 '틈'이야말로 우리의 새로운 연구가 시작될 출발점이자 존재 이유가 된다.
논문의 바다를 항해하는 기술
이러한 학문적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논문이라는 망망대해에서 길을 잃지 않는 항해술을 익혀야 한다. RISS(학술연구정보서비스)는 국내 학술 생태계를 탐험하는 가장 기본적인 항구이며, 구글 학술 검색(Google Scholar)은 전 세계의 지식이 모이는 거대한 대양과 같다. 효율적인 키워드 조합은 우리의 항해를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단순히 논문을 많이 읽는 것과 그 속에서 의미 있는 지식을 길어 올리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체계적 문헌 고찰(Systematic Review)'이라는 정교한 어업 기술을 배워야 한다. 이는 단순히 눈에 띄는 물고기를 낚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질문을 가지고 특정 해역의 모든 어종을 빠짐없이 조사하고, 그 가치를 비평적으로 평가하여 종합적인 결론을 내리는 과정과 같다. 이번 학기 동안 우리는 모든 논문을 이러한 '체계적 고찰'의 관점으로 분석하고 비평하는 훈련을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양적 연구의 효과성을 분석하는 틀인 PICO와 질적 연구의 경험과 인식을 분석하는 틀인 SPICE는 우리의 가장 유용한 분석 도구가 될 것이다.
틈을 넘어 새로운 질문으로
연구의 진행을 위해 면밀히 검토하게 되는 선행연구를 탐독하고나면 우리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연구의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스포츠 응급처치론 연구방법론 강의에서 살펴 볼 스쿠버 연구는 교육의 '효과'를 증명했지만,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더 효과적'인지에 대한 방법론적 틈을 남겼다. 노인 연구는 '제공자'의 목소리를 담았지만, '이용자'와 '관리자'의 관점이라는 틈이 존재한다. 유소년 연구는 문제점은 지적했지만, '왜 유독 수영 종목만 안전관리가 상대적으로 잘 되어 있는가?'라는 심층적 원인에 대한 틈을 남겼다. 또한, '노인'과 '유소년'이라는 매우 다른 대상을 지도하는 두 집단의 교육 요구도를 직접 비교한 연구는 아직 없다는 비교 연구의 틈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이 '틈'들이 우리의 새로운 연구 질문이 탄생하는 지점이다. "대학생 스쿠버다이빙 교육에서, VR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훈련은 전통적인 실습 교육에 비해 응급상황 대처능력 향상에 더 효과적인가?" 혹은 "노인 운동서비스 제공자와 유소년 스포츠클럽 지도자의 응급처치 교육 요구도는 지도 대상의 특성(만성질환 대 급성외상)에 따라 어떻게 다른가?" 와 같은 질문들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질문은 기존 연구를 단순히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독창적이고 구체적인 탐구이다.
연구 문제 진술문은 바로 이 과정을 통해 얻은 우리 연구의 청사진이다. 현재의 학문적 배경(Context) 속에서 우리가 발견한 문제점(Gap)을 명확히 제시하고, 그래서 이 연구를 통해 무엇을 밝히고자 하는지 구체적인 목적(Purpose)을 선언하는 것이다. 선행 연구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더 넓은 지평을 바라보고, 그곳에서 우리만의 별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바로 가치 있는 연구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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